캠핑] 나정 고운 모래 해수욕장 노지 캠핑 (feat. 민박집 어머님)
요즘 점점 다가오는 자격증 시험 일정으로 몸과 맘이 피폐해져 있고
이제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아 스트레스는 정점에 다다라 있는데
이런 나에게 스트레스 해소 겸 캠핑 짧게 갔다 오자는 신랑... ㅠㅠ (밉다..)
내 눈치만 보고 있는 신랑이 조금 안쓰러운 맘이 있었던지라 캠핑 가서도 나는 공부만 할 거니까
아무것도 시키지 말라는 엄포와 함께 못 이기는 척 나섰습니다...
사실 집에 있는다고 12시간 꼬박 공부하진 않으니까... ㅎㅎㅎ
그리하여 급하게 수소문하여 나정 고운 모래 해수욕장 오토캠핑장을 알아보고 전화를 했으나
벌써 한 달치 예약이 마무리되었다는...ㅠㅠ
그래도 블로그를 보니 주변에 노지 캠핑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
그냥 가서 답을 찾아보자고 움직였습니다.
주말이라 사람이 정말 많을 줄 알고 서둘러 출발했는데 다행히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.
그런데 블로그와 달리 오토캠핑장 외의 장소에서는 캠핑할 수 없고 취사도 할 수 없다는
경고문이 군데군데 붙어있었고 우리는 조금이라도 사람들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습니다.
오토캠핑장 오른쪽으로도 올라가 보았으나 텐트를 칠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
오토캠핑장 왼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습니다.
내려가는 길에 나 정교라고 작은 다리를 지나 좀 더 내려가니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한 건물들도 보이고 또 좀 더 내려가니 민가들이 바다 바로 앞에 보였습니다.
근데 말이죠.... 우리 집 텐트가 쏙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자리 발견... 또 마침 민가에 어머님이 보이는 겁니다. 우리는 망설임 없이 요 앞에 텐트 쳐도 되냐고 물어보았습니다.
어머님도 흔쾌히 승낙... 이게 웬 횡재냐며 우리는 기뻐했고.. ㅎㅎ
어머님께 용돈 좀 드리고 물과 화장실도 해결했습니다.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리고
찾는 자에게 길이 보이나니... ㅎㅎㅎㅎ 공용화장실과 거리가 멀어서 텐트를 쳐도 화장실 가는 게 큰 문제겠다 하고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이런 횡재가.....
그래서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이번 캠핑을 마무리 잘했습니다.
어머님 집은 예전에 민박을 했었다고 하는데 주변에 시설 좋은 펜션들이 들어오니
사람들이 안 찾는다고 하네요.. 지금은 어머님 연세가 90을 넘어가니 운영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.
다음에도 다시 오면 받아주십사 부탁을 드렸답니다. ㅎㅎ
우리들 간다고 하니 차 떠날 때까지 배웅도 해주시고,,, 너무 감사히 잘 있다가 갑니다....
적당한 캠핑자리를 찾은 거부터 시작해서 예전에는 꿈도 못 꾸었던 여유를 매번 캠핑 때마다
감사한 맘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. 낭만을 찾으러 캠핑을 떠나기도 하지만
저는 감사함을 늘 느끼고 돌아오는 캠핑이라 영적으로 충만함이 가득해진다고 할까요..
바람도 선선하게 잘 불어줘서 쾌적했고 해수욕장도 깨끗했고 물도 깨끗하고..
생리현상도 제 때 제 때 해결할 수 있었고 너무너무 만족스러운 캠핑이었습니다.
밤이 되니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조금 차갑게 느껴지긴 했습니다.
해수욕장이 자갈이라서 해변에 텐트를 설치하는 분들도 보였는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
텐트를 지탱할 수 없을 텐데 걱정이기도 했습니다.
물론 담날 일어나 보니 멀쩡하게 텐트들이 있어서 괜한 걱정을 했네 싶었습니다. ㅎㅎ
이런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꽃남이와 해변 산책을 하니 캠핑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
들더라고요.. 공부한답시고 안 왔으면 몰랐을 것에 대한 감사함을 가슴에 품고
다음 캠핑을 기대해 봅니다...